낙찰자지위확인소송[서울고등법원 2004. 8. 20., 선고, 2003나83988, 판결]
【전문】【원고, 항소인】서해안종합건설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휴먼 담당변호사 정운섭외 2인)
【피고, 피항소인】대한민국
【제1심판결】서울지방법원 2003. 11. 12. 선고 2003가합12026 판결
【변론종결】2004. 5. 28.
【주 문】 1. 제1심 판결 중 아래 2.항에서 지급을 명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61,510,450원과 이에 대하여 2003. 2. 28.부터 2004. 8. 20.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4. 소송 총비용 중 50%는 원고가, 50%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5.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등】1.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164,531,350원과 이에 대하여 2003. 2. 28.부터 2003. 5. 31.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이 법원의 심판 범위 원고는 당초 제1심에서 위 1.항과 같은 취지의 예비적 청구를 하면서, 그 전단계로서, 주위적으로 “① 원고가 2002. 11. 29. 공고 제1065호로 공고하여 2002. 12. 10. 실시한 관리번호 2002-1102, 공사명 ‘에프(F)지역 독신숙소 신축공사’의 입찰에 대한 적격심사 절차에서 원고가 낙찰자의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고, ②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피고가 2002. 12. 30. 해동종합건설 주식회사(이하 ‘해동종합건설’이라 한다)와의 사이에서 체결한 공사도급계약이 무효임을 확인한다”라는 취지의 청구를 하였는바, 이에 대하여 제1심은 ‘주위적 청구 중 ① 낙찰자 지위 확인’ 부분만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여, 당사자 쌍방이 각 패소 부분에 대하여 항소하였다가, 원고가 당심 제1차 변론준비기일에 주위적 청구를 모두 취하하였으므로, 이 법원은 주위적 청구에 대한 당사자들의 항소 부분은 심판하지 아니하며, 예비적 청구에 대한 원고의 항소 부분만 심판하기로 한다}.
【이 유】1. 손해배상 책임의 발생 가. 인정사실 ⑴ 이 사건 공사 및 입찰 개황 ㈎ 피고 산하의 육군중앙경리단(이하 ‘육군경리단'이라 한다)은 2002. 11. 29. 군부대 독신자 숙소의 신축공사(건물 1동 24실 및 토목 1식, 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시공할 업체의 선정을 위한 입찰(관리번호 2002-1102, 공사명 ‘F지역 독신숙소 신축공사’, 예산액 1,219,921,268원, 추정가격 1,109,019,337원, 이하 ‘이 사건 입찰’이라 한다)을 공고(공고번호 제1065호, 이하 ‘이 사건 입찰공고'라 한다)하고, 2002. 12. 10. 이 사건 입찰에 참가한 277개 업체 중 원고와 해동종합건설을 적격심사대상업체(예정가격:1,187,436,666원, 입찰 가격:원고 1,030,209,000원, 해동종합건설 1,030,212,000원)로 선정한 다음, 원고에 대한 대상 적격심사를 진행하여 “이 사건 입찰의 심사기준 중 특별신인도 항목을 적용하여 감점한 결과, 원고의 평가 점수가 통과 점수에 미달된다”는 사유로 부적격판정 통보를 하였다. ㈏ 이에 따라 차순위 가격으로 입찰한 해동종합건설이 2002. 12. 30. 육군경리단과 이 사건 입찰에 따른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고, 2003. 11. 28. 이 사건 공사를 완료하였다. ㈐ 원고는 원래 ‘상아토건 주식회사’라는 상호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2002. 10. 21. ‘금탑종합건설 주식회사’로 변경하여 이 사건 입찰에 응하였다가, 상호와 관련하여 부적격판정 통보를 받게 되자, 2003. 1. 13. 현재의 상호로 변경하였다. ⑵ 적격심사의 판정 기준 ㈎ 이 사건 입찰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계약법’이라 한다) 제7조, 제8조 및 국가계약법시행령(이하 ‘같은 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42조에서 경쟁입찰의 방법으로 정한 이른바 ‘적격심사 낙찰제’에 따라 진행되었는바, 이 방법에 관하여는 “예정가격 이하로서 최저가격으로 입찰한 자의 순으로 당해계약 이행능력을 심사하여 낙찰자를 결정하고( 같은 법 시행령 제42조 제1항), 위 계약이행능력 심사는 당해 입찰자의 이행실적, 기술능력, 재무상태, 과거 계약이행 성실도, 자재 및 인력 조달, 가격의 적정성, 계약질서의 준수정도, 과거공사의 품질정도 및 입찰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재정경제부장관이 정하는 심사기준에 따라 세부심사기준을 정하여 적격 여부를 심사하되( 같은 조 제2항 본문), 공사 또는 물품 등의 특성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각 중앙관서의 장이 재정경제부장관과의 협의를 거쳐 직접 심사기준을 정할 수 있다(같은 조항 단서)”라고 규정되어 있다. ㈏ 피고의 국방부장관이 위 법령의 단서 규정에 따라 군시설공사에 관하여 정한 적격심사기준(2002. 4. 15. 계회 41301호로 개정, 이하 ‘적격심사기준’이라 한다)에는“적격심사 세부평가는 당해공사의 수행능력, 입찰가격, 시공계획의 적정성, 시공여유율, 기타 당해공사 수행관련 결격 여부 등을 심사·평가한다(제2조)”라고 규정되어 있으며, 추정가격 50억원 미만 10억원 이상인 공사의 경우에 위 심사·평가의 기준으로 적용되는 평가기준에 관하여 “입찰참가자들 중에서 최저가 입찰자가 제출한 적격심사서류의 내용을 검토하여 시공실적, 현장대리인 경험 및 기술등급, 경영상태, 특별신인도 등 수행능력의 평가 및 입찰가격 기타 당해 공사 수행관련 결격 여부의 평가를 종합하되, 수행능력 항목에 30점(시공실적 12점, 현장대리인 경험 및 기술등급 3점, 경영상태 15점), 입찰가격 항목에 70점{산출 방식:70-4×|(88÷100-입찰가격÷공사예정가격)×100|, |…|는 절대값, 입찰가격이 공사예정가격의 100분의 89.25 이상인 경우의 평점은 65점으로 한다}을 각 배정하고, 특별신인도 항목(2001. 3. 2. 시행)에 국방관서로부터 전년도에 하자보수 통보를 받고 15일 이내에 착수하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는 0.5점을 감하는 방법으로 각 평가 항목을 산정하여 평가점수가 합계 95점 이상인 경우에 낙찰자로 결정하며, 95점 미만인 경우는 차순위 최저가 입찰자 순으로 심사하여 낙찰자를 결정한다(제2항 제4호)”라고 규정되어 있다(이하 ‘이 사건 평가기준’이라 한다). ⑶ 원고에 대한 적격심사의 경위 및 근거 ㈎ 육군경리단은 이 사건 입찰후 선순위 최저가 입찰자인 원고로부터 적격심사신청서, 적격심사 자기평가 및 심사표, 경영상태 및 시공여유율 확인서, 실적확인서, 현장대리인계 및 기술자 경력증명서, 건설기술자 보유증명서 등 적격심사에 필요한 서류를 추가로 제출받아 적격심사를 벌이던 중, ‘① 원고의 그 무렵 상호와 동일한 상호를 가졌던 보배종합건설 주식회사(1995. 9. 13. ‘금탑종합건설 주식회사라’는 상호로 설립되었다가 2002. 3. 14. 현재와 같은 상호로 변경, 이하 ‘보배종합건설’이라 한다)가 2001. 5. 8. 변경전 상호로 국방관서의 공사를 도급받아 그 하자보수를 지연하였으며, ② 하자보수를 지연할 당시의 보배종합건설의 대표이사가 위 적격심사 당시 원고의 대표이사인 소외인과 동일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원고에게 “이 사건 평가기준 중 특별신인도 항목에서 원고의 평점을 0.5점 감하여야 한다”라는 의견을 통지하였다. ㈏ 원고는 이에 대하여 2002. 12. 20. 육군경리단에게 “① 원고와 상호가 동일했던 보배종합건설은 원고와 별개의 회사이며, ② 원고는 하자보수를 지연한 전력이 없으므로 특별신인도 항목에서 감점을 당할 이유가 없다”라는 취지로 소명하였다. ㈐ 육군경리단은 즉시 피고 산하의 국방부에 ‘회사 명칭과 대표자는 국방부에서 통보한 2001년도 하자보수 통보 내역에 포함되어 있으나 사업자 등록번호가 상이한 경우에도 이를 동일업체로 판단하여 특별신인도 평가시 감점을 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질의하였는바, 2002. 12. 24. 국방부로부터 “특별신인도 항목에 감점 사유를 규정한 취지는 입찰 참가 업체의 과거 계약이행상의 성실도를 심사하여 계약이행 가능성이 높은 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것이므로 특별신인도 항목의 감점 사유는 부정당업자 제재에서와 같이 해당법인과 대표자에게까지 효력이 미친다”라는 취지의 회신을 받고, 2002. 12. 27.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원고에게 “원고의 시공실적은 12점, 현장대리인 경험 및 기술등급은 3점, 경영상태는 15점, 입찰가격은 65.04점으로 각 평가되나 위 회신취지에 따라 특별신인도(하자보수) 항목을 적용하여 0.5점을 감하면 평가총계가 94.54점으로서 95점에 미달되는 결과가 되어 부적격”이라는 취지의 적격심사결과를 통보하였다. ㈑ 실제로, 보배종합건설은 2001. 5. 8. 국방관서로부터 도급받은 ‘제1공병여단 제113공병대대 503방공 미스트랄 탄약고 신축공사’와 관련하여 하자보수담당관으로부터 위 탄약고의 피뢰침 저항 측정결과와 관련한 하자보수의 통지를 받았으나(그 무렵 상호 및 대표이사는 이 사건 입찰시 원고의 상호와 대표이사임) 15일 이내에 공사에 착수하지 아니한 사실은 있다. 한편, “입찰참가자격의 제한을 받은 자가 법인 기타 단체인 경우에는 그 대표자에 대하여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한다( 같은 법 시행령 제76조 제4항)”라는 취지의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위 조항에 의하여 자격이 제한된 자를 대표자로 사용하여 그 대표자가 입찰에 관여하는 경우에는 그 사용자에 대하여도 당해 입찰을 제한하여야 하고, 제재의 대상이 된 법인이 주식회사이며 그 대표자가 그와 동일성이 인정되는 주식회사의 대표자로 입찰에 참가하는 경우에도 제재의 효력이 승계된다”라는 재정경제부의 유권해석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 사건 평가 기준 및 관계 법령상 유권해석과 같은 제한 규정은 없다. [인정 근거] 갑 1~3, 갑 4-1~10, 갑 5-1~8, 갑 6, 갑 7-1,2, 갑 8~14, 을 1, 을 3, 을 10, 제1심 증인 소외인, 변론 전체의 취지 나. 판단 ⑴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가 적격심사에서 원고에 대하여 특별신인도 항목의 감점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하였더라면, 원고는 이 사건 평가 기준 및 관계 법령에 정한 바에 따라 종합 평점 95점을 상회하는 95.04점으로 이 사건 입찰의 낙찰자로 결정되어 육군경리단과 이 사건 공사에 관한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공사를 시행할 수 있었음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피고는 관급공사인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입찰을 실시하고 낙찰자를 결정함에 있어, 입찰실시기관의 행위 적법성과 절차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이 사건 평가기준과 관계 법령에 절차와 요건 등이 상세하게 규정되어 있었음에도, 아무런 법령상의 근거도 없이, 부당하게 관련 규정을 유추 적용하여, 원고에 대하여 특별신인도 항목의 감점규정을 적용함으로써 부적격판정을 하였는바, 이는 불법행위에 해당된다. ⑵ 따라서, 피고는 위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이 사건 입찰에 관하여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당초 원고는 손해배상책임의 근거로서, “원고가 최저가 입찰자로 응찰함으로써 이 사건 공사에 관한 공사도급계약이 성립되었다”는 주관적 판단을 전제로, “피고에게 계약상의 채무불이행책임이 있다”는 등의 취지로 주장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 전제에 객관적인 근거가 없을 뿐더러, 그후 당심 변론종결일에 진술된 2004. 5. 13.자 준비서면으로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이 민법 제750조에 정한 불법행위책임에 근거한 것임을 분명히 하였으므로, 불법행위 책임의 존부에 대하여만 판단한다). ⑶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 주장의 요지 비록 이 사건 평가 기준의 특별신인도 항목에 “국가계약법의 부정당업자 제재규정과 같이, 법인의 경우에는 자연인인 대표자도 제재대상이 되고, 법인의 일정사항이 변경된다고 하여도 실질적 동일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제재대상자가 된다”는 취지의 명문의 규정은 없으나, ① 심사기준의 해석과 적용에 상당한 정도의 재량이 허용되는 국가계약의 특성상 국가계약법 시행령에 정한 부정당업자의 제재규정을 준용하거나 유추하여 원고에 대한 특별신인도 항목의 감점사유로 적용할 수 있으며, ② 이러한 법령 적용의 근거가 없더라도, 원고의 상호변경이나 입찰경위 등에 비추어 원고에게는 위와 같은 감점규정을 회피할 가능성이 있었으므로, 원고에게 특별신인도 감점조치를 한 것은 입찰시행기관에게 부여된 합리적인 재량권의 범위에 속한다. ㈏ 판단 원고는 보배종합건설과 시차를 달리하여 사용 명칭과 대표이사가 동일하였던 적이 있었지만 이 사건 입찰 당시에는 동일성이 없었던 별개의 법인이며, 관급공사에 대한 이 사건 입찰에 관하여 이 사건 평가 기준 및 관계 법령에 세부심사기준이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규정되어 있었을 뿐 아니라, 원고 및 다른 입찰참가자들이 이미 입찰에 참가하여 입찰가격까지 모두 공개되어 있었고, 이에 따라 최저가 입찰자인 원고가 육군경리단으로부터 적격심사대상자로 지정된 통보를 받고 추가로 적격심사자료와 소명자료 등을 제출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리고, 이 사건과 같이 국가기관이 입찰을 실시하는 관급공사에 관하여 관계 법령이 낙찰자를 정함에 필요한 요건, 절차 등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명시하고 있는 경우, 국가기관이 제반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지 아니하고 충실하게 준수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원고와 같이 적어도 공사 이윤 상당의 수익을 기대하여 입찰에 참가하는 시공업체들도 국가기관이 시행하는 입찰의 적법성이나 절차적 투명성을 신뢰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낙찰자의 결정을 위한 적격심사절차 역시 적격심사대상자가 제출한 근거서류의 진위 여부와 위 적격심사기준상의 배점에 대한 객관적인 사항에 관하여 위와 같은 규정에 따라 확인하여 종합평점을 산정하는 절차에 불과한 것으로 인정된다. 따라서, ① 이 사건과 같은 관급공사의 입찰에 따른 적격심사 절차에 관하여는 이미 심사기준으로 공시된 이 사건 평가 기준이나 관계 법령의 규정 이외에 다른 규정을 준용 내지 유추적용할 근거나 피고의 재량이 개입될 여지는 없고, ② 가사, 특별신인도 항목의 감점 여부에 관하여 피고의 재량을 인정해야 할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고 가정하여도, 원고는 보배종합건설과 동일성이 없는 별개의 법인으로서 피고에 대한 하자보수를 게을리한 전력이 없었으며, 보배종합건설의 피고에 대한 하자보수의무를 불이행한 2001. 5. 8. 이후인 2001. 9. 27. 보배종합건설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소외인이 2002. 10. 21. 원고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여 이 사건 입찰에 관여한 점(갑 5-2,3, 갑 12, 을 1, 을 9-1, 2)에 비추어 보면, 소외인과 공모하여 위 평가기준 등에서 정한 특별신인도 감점규정을 회피할 의도나 가능성이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결국, 피고가 원고에게 특별신인도 항목의 감점조치를 한 행위는 위법하고 부당하므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손해배상의 범위 가. 쟁점 정리 ⑴ 원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로부터 위법·부당한 감점조치를 받지 아니하였더라면 이 사건 입찰의 낙찰자가 되어 이 사건 공사를 수행하였을 것이며, 이 사건 공사를 수행하였을 경우, 입찰금액의 15%에 해당하는 기업이윤을 얻게 될 뿐 아니라 기업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었는데, 피고의 부당한 위법행위로 인하여 위 이행이익을 얻지 못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부적격 통보에 따라 기업의 신용이 훼손되고 명예가 침해되는 등 인격적 법익에 대한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행이익 상당의 재산적 손해와 위자료를 지급하여야 한다. ⑵ 피고의 주장 계약교섭의 부당한 중도파기가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경우, 상대방에게 배상책임을 지는 것은 계약체결을 신뢰한 상대방이 입게된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로서 계약이 유효하게 체결된다고 믿었던 것에 의하여 입었던 신뢰이익의 배상에 한정되는바, 원고가 신뢰이익을 상실하였다고 볼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 한편, 민사상 타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특정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하는바, 피고는 원고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였다. 뿐더러, 피고의 위법행위는 원고가 입었다는 신용훼손 등과 인과관계가 없다. 결국 피고가 원고에게 배상할 손해는 없다. 나. 재산적 손해 부분에 대한 판단 ⑴ 이행이익 배상의 인정 ㈎ 계약교섭의 부당한 중도파기가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일반적’인 경우, 상대방에게 책임을 지는 손해배상의 범위는 계약체결을 신뢰한 상대방이 입은 손해 중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로서, 계약이 유효하게 체결된다고 믿었던 것에 의하여 입은 ‘신뢰이익’ 상당임이 원칙이다( 민법 제535조 제1항, 대법원 2004. 5. 28.선고 2002다32301 판결 참조). ㈏ 그런데, 이 사건과 같이 입찰실시시관이 국가기관인 관급공사의 경우에는, 입찰절차에 관하여 국가계약법 등 관련 법령에 상세한 규정이 있으며, 그 규정대로 입찰이 진행되는 결과 발주자가 재량을 행사할 여지가 거의 없어, 응찰의 마지막 단계인 투찰행위를 하는 즉시 계약체결과 관련된 행위는 사실상 종료되며, 최저가 투찰자를 대상으로 한 발주자의 낙찰자 결정행위는 종래의 행위 및 자격의 사실 여부 등을 확인하는 절차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 사건의 경우는 계약체결에 근접한 단계까지 계약협의가 진행되었으나 일방의 과실로 계약체결에 이르지 못한 ‘예외적’인 경우이다.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은 특수한 경우에는 ‘이행이익’ 상당액의 손해배상청구도 인정됨이 마땅하다. ㈐ 특히, 입찰절차가 관계법령의 규정에 따라 유효하게 개시되어 원고를 비롯한 여러 참가자들이 입찰에 응하여 응찰가격까지 공개되고(갑 2), 제2순위 적격심사대상자를 결정하는 막바지 단계까지 절차가 진행된 이 사건에서는, 원고를 비롯한 입찰참가자들은 이 사건 공사에 대한 최종적인 계약체결이 될 때까지 관계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절차가 계속 진행되리라는 강한 신뢰와 기대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인바, 이러한 입찰참가자들의 신뢰와 기대는 관계법령과 신의칙 등에 의하여 보호되어야 할 법적 이익에 해당하는 것이다. ㈑ 더구나, 입찰에 소요되는 비용이 공사비용에 비하여 지나치게 저렴한 관급공사에 대한 입찰의 현실을 감안할 때, 이 사건과 같이 발주기관의 명백한 잘못으로 낙찰자 지위를 인정받지 못함으로써 공사의 수주에 따른 엄청난 이익을 다른 업체에게 빼앗기는 결과가 초래되는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하면, 손해 배상의 범위를 ‘입찰비용 중 일부’에 불과한 ‘신뢰이익’의 배상에 한정하는 것은 사실상 손해배상을 거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 따라서, 계약체결의 막바지 단계에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위법·부당한 특별신인도 감점조치를 하지 않았더라면 원고를 수급인으로 하는 공사도급계약이 체결되었을 것이 명백한 이 사건과 같이 예외적인 경우에는, 계약의 이행으로 인하여 생길 이익 즉 ‘이행이익’의 배상도 인정되어야 한다. ⑵ 이행이익의 범위 나아가, 원고가 수급인으로서 공사를 완료하였더라면 얻었을 이익으로서 피고가 배상하여야 할 이행이익의 범위에 관하여 보건대, 경쟁입찰을 통하여 관급공사를 낙찰받은 수행업체가 얻을 이익은 입찰금액 중 일정 이윤율 상당액이라 할 것이고, 그 이윤율이 5%인 점은 당사자들 사이에서 다툼이 없으므로, 이에 따라 원고의 이행이익을 산정하면 입찰가격인 1,030,209,000원의 5% 상당인 51,510,450원(1,030,209,000원×5%)이 된다. 다. 위자료 부분에 대한 판단 ⑴ 일반적으로 계약교섭의 파기로 인한 불법행위가 인격적 법익을 침해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정신적 고통을 초래한 경우와 같이, 침해행위와 피해법익의 유형에 따라서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에 대하여 별도로 배상을 구할 수 있는 것이다(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1다53059 판결). 그리고, 타인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재산권이 침해된 경우에는 그 재산적 손해의 배상으로 정신적 고통도 회복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나, 재산적 손해 이외에 명예나 신용의 훼손 등으로 재산적 손해의 배상만으로는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손해가 있는 경우에는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위자료를 지급하여야 한다( 1997. 2. 14. 선고 96다36159 판결). 따라서, 위 두 법리를 종합하면, 계약교섭의 파기로 인한 불법행위가 법인의 신용을 훼손함으로써 법인의 ‘기업적 이미지’ 등 인격적 법익이 침해된 경우에는 자연인의 정신적 고통에 준하는 위자료 상당의 손해 배상을 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⑵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원고가 피고에 대한 하자보수를 게을리한 사실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보배종합건설을 원고와 동일시하여 하자보수를 불이행하였다는 이유로 특별신인도 감점을 하고, 그에 따른 부적격 통보를 한 다음, 경쟁업체인 해동종합건설에게도 그 취지를 통보하고 위 업체와 이 사건 공사의 도급계약을 체결한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다. 그리고, 이 사건 입찰에 참여한 업체의 규모(277개 업체)와 이 사건 입찰이 관급공사에 대한 공개경쟁입찰로서 그 절차가 엄격하고 투명하게 관리되는 점, 특별신인도를 감점사유로 부적격 통보되는 경우가 극히 이례적인 점, 관련업체들에 대하여 특별신인도 감점 평가가 내포하는 의미보다 더 구체적이고 부정적인 가치 판단은 없어 보이는 점, 이러한 부정적인 가치 판단은 이 사건 공사계약의 수급자인 해동종합건설뿐만 아니라 다른 경쟁업체에게도 유포되었음이 명백한 점, 이에 따라 원고는 더 이상 공동수급체를 형성하는 방법으로 관급공사의 입찰에 참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앞서 본 피고의 부적격 통보는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결정적으로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 사실의 적시가 있는 경우로서 원고의 신용 등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였고, 이러한 결과와 피고의 위법행위와의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도 있다고 판단된다. ⑶ 따라서, 원고는 피고의 위와 같은 계약교섭의 부당한 파기로 신용이 훼손됨으로써 인격적 법익이 침해되는 정신적 손해를 입었으며, 따라서 피고는 이를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책임이 있는바, 원고의 입찰 참가 경위, 피고의 부적격 심사 경위, 이 사건 입찰의 참가 규모, 피고가 부당한 방법으로 원고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였음에도 이 사건 변론종결일까지 원고에 대하여 사과 한마디 없이 당심의 화해권고결정에 따른 다소의 보상조차도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태도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원고에게 배상할 위자료는 원고가 구하는 1,000만 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모든 손해의 배상으로 61,510,450원(재산적 손해 51,510,450원+정신적 손해 10,000,000원)과 이에 대하여 이 사건 불법행위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임이 기록상 분명한 2003. 2. 28.부터 피고가 지급 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당심 판결 선고일인 2004. 8. 20.까지는 민법에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에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에 한하여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이다. 그런데, 제1심 판결 중 위 인용 부분에 관한 원고 패소 부분은 결론에서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여 피고에게 위 금액의 지급을 명하고,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판사 이재홍(재판장) 이효두 정승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