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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손해배상(기) [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3다23617, 판결]2021-01-0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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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기)

[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3다23617, 판결]

【판시사항】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시설공사계약의 계약담당공무원이 회계예규를 준수하지 아니하고 표준품셈이 정한 기준에서 예측 가능한 합리적 조정의 범위를 벗어난 방식으로 기초예비가격을 산정하였고, 낙찰자가 그러한 사정을 알았더라면 입찰에 참가할지 결정하는 데 중요하게 고려하였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 국가가 입찰참가자들에게 미리 그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적극) / 국가가 고지의무를 위반한 채 계약조건을 제시함으로써 통상의 경우와 다르지 않다고 오인하여 계약을 체결한 낙찰자가 불가피하게 계약금액을 초과하는 공사비를 지출하는 등으로 손해를 입은 경우, 국가가 고지의무 위반과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판결요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시설공사계약의 예정가격을 원가계산방식에 의하여 산정할 때에 계약담당공무원이 준수하여야 할 구체적인 사항은 대부분 기획재정부 회계예규인 ‘예정가격작성기준’(2010. 10. 22. 2200.04-16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회계예규’라고 한다)에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회계예규는 국가가 사인과 사이의 계약관계를 합리적·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관계공무원이 지켜야 할 계약사무 처리에 관한 필요사항을 규정한 것으로서 계약담당공무원의 실무 준칙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계약담당공무원이 예정가격을 정하는 과정에서 회계예규의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더라도 그 사유만으로 곧바로 국가가 계약상대방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이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법령의 취지로 명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가 계약당사자인 경우에는 일반 사인 사이의 계약과 달리 계약조건은 경비의 절감 못지않게 계약이행 결과의 건전성과 품질 및 안전의 확보 등 공공 일반의 이익까지 중요한 고려요소가 된다. 회계예규도 그와 같은 점을 고려하여 계약담당공무원이 지켜야 할 가격산정의 기준을 매우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규정하였으므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의 입찰조건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계예규 등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입찰에 참가하는 당사자로서도 입찰공고에서 따로 공지된 사항이 없는 이상 기초예비가격과 복수예비가격이 회계예규에서 정한 표준품셈 등의 기준에 따라 산정되었을 것으로 신뢰하고, 만약 가격이 회계예규 등의 기준을 현저히 벗어난 방식으로 산정된 것이면 그 내용을 명시적으로 공지하여 입찰참가자가 이를 고려할 수 있도록 할 것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계약담당공무원이 회계예규를 준수하지 아니하고 표준품셈이 정한 기준에서 예측 가능한 합리적 조정의 범위를 벗어난 방식으로 기초예비가격을 산정하였음에도 그 사정을 입찰공고에 전혀 표시하지 아니하였고, 낙찰자가 그러한 사정을 알았더라면 입찰에 참가할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하게 고려하였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에는, 국가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입찰공고 등을 통하여 입찰참가자들에게 미리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국가가 그러한 고지의무를 위반한 채로 계약조건을 제시하여 이를 통상의 경우와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오인한 나머지 제시 조건대로 공사계약을 체결한 낙찰자가 불가피하게 계약금액을 초과하는 공사비를 지출하는 등으로 손해를 입었다면, 계약상대방이 그러한 사정을 인식하고 그 위험을 인수하여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가는 고지의무 위반과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참조조문】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구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2012. 12. 18. 법률 제1154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1항제7조제8조구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0. 7. 21. 대통령령 제2228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2호제9조 제1항제3항제42조 제1항구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2010. 7. 21. 기획재정부령 제16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 제1항


【전문】

【원고, 피상고인】

광명종합건설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덕수 담당변호사 길기관 외 2인)

【피고, 상고인】

대한민국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3. 2. 7. 선고 2011나102822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및 그 시행령(이 사건에는 2012. 12. 18. 법률 제11547호로 개정되기 전의 법률 및 2010. 7. 21. 대통령령 제22282호로 개정되기 전의 시행령이 적용된다. 이하 위 법률 및 시행령의 표시는 위 각 개정 이전의 법령에 의하고, ‘법’ 및 ‘시행령’이라고 약칭한다)에 의하면,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은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당사자의 합의에 따라 체결되어야 하며, 당사자는 계약의 내용을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이행하여야 한다(법 제5조 제1항). 또한 그 계약은 원칙적으로 일반경쟁에 부쳐야 하고(법 제7조 본문), 경쟁입찰의 낙찰자는 예정가격 이하로서 최저가격으로 입찰한 자의 순으로 계약이행능력을 심사하여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시행령 제42조 제1항).
한편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 중 국방부가 주관하는 전자입찰에 의한 시설공사는 그 예정가격을 다음과 같은 방식에 의하여 정하도록 되어 있다. 우선 계약담당공무원은 가격조사 또는 원가계산방식에 의하여 ‘조사금액’(시설공사의 경우는 ‘설계금액’을 말한다)을 산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기초예비가격’을 정한다. 그리고 그 금액의 ±3% 범위에서 랜덤 방식으로 임의의 수치 15개를 ‘복수예비가격’으로 선정한 후 입찰공고를 통해 기초예비가격과 복수예비가격을 함께 공개한다. 입찰자들은 공개된 복수예비가격 중에서 각자 2개의 가격을 선택하여 입찰을 하고, 거기에서 가장 많이 선택된 가격 4개를 산술평균한 가격이 예정가격이 된다[시행령 제2조 제2호, 구 계약사무처리훈령(2010. 12. 14. 국방부훈령 제128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5 내지 8호].
예정가격 결정방식을 위와 같이 정한 것은, 그 가격 결정에 입찰참가자의 행위를 개입시킴으로써 예정가격의 사전 누설에 따른 가격경쟁의 저하 및 담합 등의 문제를 방지하고 입찰절차의 공정성·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한편 예정가격은 거래실례가격이나 원가계산에 의한 가격 또는 실적공사비로서 중앙관서의 장이 인정한 가격 등을 기준으로 결정하여야 한다(시행령 제9조 제1항). 그중 원가계산방법으로 예정가격을 결정할 때에는 계약담당공무원은 계약수량, 이행의 전망, 이행기간, 수급상황, 계약조건 기타 제반 여건을 참작하여야 하고(시행령 제9조 제3항), 재료비, 노무비, 경비, 일반관리비 및 이윤을 포함시켜야 한다[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2010. 7. 21. 기획재정부령 제16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 제1항]. 그리고 예정가격 작성 등과 관련한 계약담당공무원의 업무처리 기준을 정한 기획재정부 회계예규인 ‘예정가격작성기준’(2010. 10. 22. 2200.04-16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회계예규’라고 한다)은, 재료비, 노무비, 경비 등 비목별 가격결정은 계약목적물에 대한 규격서, 설계서 등에 의하거나 각 중앙관서의 장 또는 그 지정단체에서 제정한 ‘표준품셈’을 기초로 한 원가계산자료에 의하여야 하고, 그 물량산출은 계약목적물의 내용 및 특성을 고려하여 그 완성에 적합하다고 인정되는 합리적인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고 하면서(회계예규 제5조 제1항, 제3항, 제34조 제2항), 그 가격을 부당하게 감액하거나 과잉 계산되지 않도록 하여야 하며, 불가피하게 원가계산 등에 의하여 산정된 금액과 다르게 예정가격을 결정한 때에는 그 조정사유를 예정가격 조서에 명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회계예규 제2조 제2항).
 
2.  위와 같은 관련 법령 등의 규정에 의하면,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시설공사계약의 예정가격을 원가계산방식에 의하여 산정할 때에 계약담당공무원이 준수하여야 할 구체적인 사항은 대부분 회계예규에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회계예규는 국가가 사인과 사이의 계약관계를 합리적·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관계공무원이 지켜야 할 계약사무 처리에 관한 필요사항을 규정한 것으로서 계약담당공무원의 실무 준칙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계약담당공무원이 예정가격을 정하는 과정에서 위와 같은 회계예규의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사유만으로 곧바로 국가가 계약상대방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이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법령의 취지로 명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가 계약당사자인 경우에는 일반 사인 사이의 계약과 달리 그 계약조건은 경비의 절감 못지않게 계약이행 결과의 건전성과 품질 및 안전의 확보 등 공공 일반의 이익까지 중요한 고려요소가 된다. 회계예규도 그와 같은 점을 고려하여 계약담당공무원이 지켜야 할 가격산정의 기준을 매우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규정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의 입찰조건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계예규 등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입찰에 참가하는 당사자로서도 입찰공고에서 따로 공지된 사항이 없는 이상 기초예비가격과 복수예비가격이 회계예규에서 정한 표준품셈 등의 기준에 따라 산정되었을 것으로 신뢰하고, 만약 그 가격이 회계예규 등의 기준을 현저히 벗어난 방식으로 산정된 것이면 그 내용을 명시적으로 공지하여 입찰참가자가 이를 고려할 수 있도록 할 것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계약담당공무원이 회계예규를 준수하지 아니하고 표준품셈이 정한 기준에서 예측 가능한 합리적 조정의 범위를 벗어난 방식으로 기초예비가격을 산정하였음에도 그 사정을 입찰공고에 전혀 표시하지 아니하였고, 낙찰자가 그러한 사정을 알았더라면 입찰에 참가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하게 고려하였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에는, 국가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입찰공고 등을 통하여 입찰참가자들에게 미리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국가가 그러한 고지의무를 위반한 채로 계약조건을 제시하여 이를 통상의 경우와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오인한 나머지 그 제시 조건대로 공사계약을 체결한 낙찰자가 불가피하게 계약금액을 초과하는 공사비를 지출하는 등으로 손해를 입었다면, 계약상대방이 그러한 사정을 인식하고 그 위험을 인수하여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가는 위 고지의무 위반과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3.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국방부 건설관리과의 2010. 1. 21.자 ‘2010년도 국직기관 신영공사 집행계획 승인’ 및 해군본부 시설관리과의 2010. 1. 27.자 ‘2010년 신영공사 조정사업 집행지시’ 등에 의하여 제주시 소재 ‘○○-○○부대장 관사신축공사’를 위한 예산 273,830,000원이 해군 제주방어사령부에 배정되었다.
 
나.  제주방어사령부 소속 재무관은 2010. 4. 6. 건축사사무소 이뉴(이하 ‘건축사사무소’라 한다)와 관사신축공사에 필요한 설계업무에 관하여 위탁금액(계약금액) 10,117,870원, 위탁기간 2010. 4. 6.부터 2010. 5. 17.까지로 하는 설계업무 위탁계약을 체결하였다.
 
다.  건축사사무소는 2010. 5. 7. 관사신축공사의 원가를 500,000,000원 정도(직접노무비와 간접노무비는 166,208,034원)로 하는 설계도서와 설계내역서를 제출하였으나 제주방어사령부 소속 공무원 소외 1 소령은 공사비를 낮추는 방안을 요구하였다. 이에 건축사사무소는 건축 재료를 변경하거나 부대공사와 냉난방설비공사를 제외할 것을 제안하였다.
 
라.  건축사사무소는 2010. 5. 13. 소외 1 소령의 요구를 반영하여 관사신축공사의 원가를 300,000,000원 정도로 하는 설계도서와 설계내역서를 제주방어사령부에 제출하였으나 담당공무원들은 주재료의 변경이 많다는 이유로 그러한 내용의 설계도서와 설계내역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  제주방어사령부 소속으로서 설계업무의 준공검사를 담당하였던 소외 2 대위는 건축사사무소로부터 받은 설계도서(2010. 5. 7.자)와 설계내역서에 기재된 철근콘크리트 설치 등 19개 공종에 관한 일위대가표의 노무 수량을 대폭 축소하거나 삭감하여 관사신축공사의 원가를 226,965,002원으로 하는 원가계산서 등을 작성하여, 이를 건축사사무소에 주면서 설계도서와 설계내역서의 수정을 요청하였다.
 
바.  이에 따라 건축사사무소는 2010. 5. 17. 소외 2 대위가 요청한 사항을 대부분 반영하고, 일부 노무 수량을 증가시켜서 관사신축공사의 원가를 230,377,000원으로 하는 설계도서와 설계내역서를 최종적으로 제주방어사령부에 제출하였고, 이를 검수한 소외 2 대위는 설계업무가 완성된 것으로 처리하였다.
 
사.  제주방어사령부 재무관은 2010. 6. 14. 관사신축공사에 관하여 제한경쟁입찰(전자입찰) 방식으로 기초예비가격 223,465,690원, 예산액 230,377,000원, 입찰방법 총액제, 입찰일 2010. 6. 22., 공사기간 계약일로부터 6개월로 하고, 낙찰자결정방식은 국방부 군시설공사 적격심사기준에 관한 예규에서 정한 평가기준에 따라 심사하여 종합평점 95점 이상인 자 중에서 예정가격의 87.745% 이상인 최저가격으로 입찰한 자를 낙찰자로 결정하기로 하는 내용(적격심사낙찰제)의 입찰공고를 하였다. 입찰공고에는 첨부서류로 입찰공고문안, 건축시방서, 설비시방서, 공사도면, 원가계산서가 첨부되어 있었다.
 
아.  원고는 2010. 6. 22. 관사신축공사를 예정가격 222,572,477원의 87.7781%에 해당하는 195,370,000원에 낙찰받았고, 2010. 6. 28. 제주방어사령부 소속 재무관과 관사신축공사에 관하여 계약금액(공사대금) 195,370,000원, 공사기간 2010. 6. 28.부터 2010. 12. 27.까지(6개월 동안)로 하는 내용의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한 다음, 공사를 시작하였다.
 
자.  원고는 공사현장을 실사한 후 2010. 8. 4. 제주방어사령부 소속 담당공무원에게, 외부업체에 의뢰하여 입찰공고된 설계금액의 타당성을 조사한 결과 공사에 필요한 노무비가 지나치게 낮게 산정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하여(설계금액은 직접노무비 40,262,862원, 간접노무비 2,013,143원이지만, 원가계산 용역기관 산정금액은 직접노무비 129,856,253원, 간접노무비 14,284,187원이었다) 설계변경에 따른 계약금액의 증액조정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위 담당공무원은 공사원가계산서나 예정가격조서, 단가산출서나 일위대가표 자체는 설계서가 아니므로 그러한 서류의 작성상 오류 등 사유만으로는 설계변경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요구를 거절하였다.
 
차.  원고는 계약금액 증액요구가 거절되자 부득이 관사신축공사를 그대로 진행하여 공사를 완공한 후 피고에게 인도하였다. 그 결과 원고는 공사도급계약에서 정한 계약금액을 상당히 초과하는 공사비용을 지출하게 되었다. 특히 직접노무비와 간접노무비가, 도급계약에 산입된 금액은 35,792,444원이었으나, 원고가 실제 지출한 금액은 96,915,000원이다.
 
4.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 소속 공무원인 소외 2 대위는 예산 사정을 이유로, 국가가 당사자인 계약의 일반적인 거래관행이나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 조정의 범위를 넘었다고 할 만큼 과도하게 노무 수량을 축소하거나 삭감하여 건축사사무소로 하여금 설계금액을 감액하도록 함으로써 회계예규가 정한 준칙 및 표준품셈에 의한 가격 기준에서 현저히 벗어난 방식으로 원가산정을 하고 이에 근거하여 기초예비가격을 결정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가 그와 같은 사정을 미리 알았더라면 위 공사도급계약과 같은 조건으로 입찰에 참가하지는 아니하였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하다. 그러므로 피고가 위와 같은 사정을 고지하지 아니한 채 원고와 위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한 것은 신의칙상의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니, 피고는 원고에게 그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리고 원고가 직접·간접 노무비로 96,915,000원을 실제 지출하였다면, 달리 반증이 없는 한 그 공사 수행에 필요하고 적정하게 지출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피고의 고지의무 위반에 따른 원고의 손해는 위 96,915,000원과 계약금액 중 직접·간접 노무비 35,792,444원의 차액 상당인 61,122,556원이라고 할 것이다.
원심이 같은 전제에서 원고의 손해를 인정하고, 나아가 원고의 과실을 참작하여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70%로 제한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된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회계예규에 의한 직무상 의무의 성질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판단을 누락하였다는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5.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박병대(주심) 박보영 김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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